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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장애인 손창환 씨 “내 마음을 조금 고쳐야겠다” (출처: K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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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04-27 09:41 조회3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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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4.24 (08:00) 

장애인의날을 맞아 시청각 장애인 손창환 씨를 만났습니다. 손 씨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가 있었습니다. 시력도 온전치 못했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의 유일한 소통 방법은 ‘촉각’입니다. 혼자서는 먼 길을 나설 수도 없지만 절망에만 빠져있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의 시청각 장애인들과 소통하며 희망을 찾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의 삶을 어렵고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거의 만날 수 없었고 감염병 정보도 제대로 얻기 어려웠습니다. 손창환 씨가 자신의 인생과 생활을, 수어로 들려줬습니다.

[관련 기사] 코로나 속 시청각장애인…“2년간 갇혀 살았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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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태어나게 했나, 부모님 원망…시간 흘렀어도 불편함 그대로”

 

제 이름은 손창환입니다. 시청각 장애인입니다. 1971년 광주에서 ‘농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시력도 약해 밝을 때는 활동할 수 있었지만, 어두울 때는 안 보여서 활동할 수 없었어요. 나이를 먹으며 시력이 점점 더 떨어지기 시작해, 밤에는 보이는 것이 없어 많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매우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부모님도 많이 원망했어요. 왜 시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게 했는지...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30대, 40대를 그렇게 흘려보냈습니다. 지금도 불편함은 그대로입니다. 그동안 해결된 건 없고, 이 불편함은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는 걸 알아요. ‘한국에 이런 장애인은 나 하나뿐인가’라는 생각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걸어…비 오면 지팡이를 짚어도 걷기 어려워”

 

학생 때는 낮엔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했어요. 축구도 할 수 있었죠. 밤에는 아예 보이지 않아 집안에만 있어야 했죠. 중·고등학교 시절을 농학교 기숙사에서 청각 장애인 친구들과 보냈어요. 청각장애인 친구들은 밤에 불이 켜져 있으면 대화가 자유롭게 가능했지만, 저는 주변이 밝지 않으면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력이 안 좋아지기 시작해 길을 혼자 다니는 게 더 어려워졌어요. 술에 취한 사람 같이 계속 휘청거리고 길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밤이 어두울 때는 가로등 불빛을 봐야 겨우 길을 다닐 수 있었어요. 위험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녀야 했죠. 비가 올 때는 아예 보이지 않아서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시력이 더 떨어지게 됐고 흰 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지팡이를 짚으며 독립 보행이 조금 가능하게 되었지만,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팡이를 들고서도 걷기가 어려운 때가 많습니다.

 

저는 버스 번호도 볼 수가 없어요. 그러니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길을 다니면서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어느 가게가 어디 있는지 다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걸 볼 수 없어서 정말 많이 불편했습니다.

 

저는 TV나 영상을 하나도 볼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즐기고, 인터넷을 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걸 생각하면 정말 많이 부러웠었어요. 그런 게 안 된다는 게 저에게 정말 많은 불편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 광주에서 서울까지 시청각장애인 모임 가는 길…“내 마음을 조금 고쳐야겠다”

 

이런 불편을 겪으며 50대가 된 이후에 저 스스로 돌아보니 제 마음을 조금 고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청각 장애인분들을 만나면서 나의 불편함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제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 불편해도 저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제 장애를 인정하고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을 하고 조금씩 더 좋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6년 전부터 서울에 시청각 장애인 모임이 생겼어요. 광주에서 살던 저는 혼자 서울에 있는 시청각 장애인 모임에 가고 싶었어요. 정말 어려운 걸 알지만, 적극적으로 작은 마음을 먹고 새벽부터 혼자 이 지팡이를 들고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고 지팡이를 조금씩 짚으면서 서울에 왔어요. KTX를 탈 때 역무원분들의 인도를 받아서 겨우 모임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다른 시청각 장애인들과 만나서 교류를 했었죠.

 

■ “집집마다 숨어 살다시피 하는 시청각 장애인, 코로나 19 정보 얻기 어려워”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는 다른 시청각 장애인들을 만나기 어려워져서, 정보를 공유받기도 어려워졌어요. 저는 다행히 점자정보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점자정보단말기가 점자로 바꿔주는 뉴스를 읽을 수 있었어요.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카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19 정보를 알 수 있게 됐어요. 감염자 수가 어떻게 증감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자정보단말기에 나타나는 점자를 통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시청각 장애인이 1만 명 정도로 추정되거든요. 그런데 집집마다 숨어서 살다시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의사소통이 굉장히 어려워요. 점자정보단말기가 없으면 정보 접근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점자정보단말기가 없는 대부분의 시청각 장애인들은 집 안에서 세상의 정보를 알아갈 방법이 없는 거나 다름없죠.

코로나19에 대해 알고 싶어도 방법이 없으니 굉장히 안타까워요. 이 점자정보단말기가 정말 많이 필요해요. 정보를 빨리 얻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시청각 장애인분들에게 단말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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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혼자라고 생각했는데…시청각장애인센터 필요해, 지원법 통과 원해”

 

저는 시청각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항상 저 혼자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며 전국에 많은 시청각 장애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의 많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또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법이 필요해요.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법은 별도의 것으로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국회에는 시청각 장애인 지원법이 발의되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 법이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전국에 많은 시청각 장애인분들을 위한 지원 시설이 생길 거로 생각해요.

 

수어 통역: 정미희 촉수어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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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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