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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외길 작은도서관운동’ 설문대어린이도서관, 무단사용 기막힌 사연은? (출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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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08-12 09:35 조회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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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한형진 기자 (mallju30@naver.com)   입력 2022.07.25 07:44

[진단] 제주 최초 사립 작은도서관 존폐 위기...23년 사용한 공간에 원상복구 통지 왜?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자리한 제주시 연동 270-5 경로회관 전경  ⓒ제주의소리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자리한 제주시 연동 270-5 경로회관 전경  ⓒ제주의소리

[기사보강= 오전 11시 29분] 제주 최초의 사립 작은도서관이자 전국 두 번째 민간 어린이도서관으로 25년 전 문을 연 설문대어린이도서관. 2000년대 초, MBC ‘느낌표’란 프로그램에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유재석, 김용만 진행)라는 코너를 통해 어린이전문도서관 건립 운동이 일어나 전국에서 결실을 이룬 ‘기적의 도서관’의 설립 모델이 됐던 공간도 바로 제주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다.

전국 첫 민간 어린이도서관으로 서울 중랑구에서 문을 열었던 파랑새 어린이도서관도 개관 후 치솟는 건물임대료 등 운영난에 봉착하면서 10여년 전 이미 사라졌다. 반면 제주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파랑새어린이도서관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설립된 민간 어린이도서관이지만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25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 위상이 전국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설립 이후 최근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현재 제주시 연동 270-5 경로회관 2층에 자리하고 있는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최근 제주시로부터 ‘공유재산을 무단 사용했다’며 8월 말까지 원상복구하고 퇴거할 것을 통보받았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입구 전경 ⓒ제주의소리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입구 전경 ⓒ제주의소리

설문대어린이도서관 내부 모습 ⓒ제주의소리 

설문대어린이도서관 내부 모습 ⓒ제주의소리

1998년 연동의 작은 빌라 지하 공간에서 허순영 초대 관장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개관 후 이제 25살을 맞은 설문대어린이도서관. 독지가가 배려한 무상사용 기간이 지나면서 빌라 지하 공간을 비워줘야 함에 따라 지난 2000년 수소문 끝에 지금의 연동 노인복지회관 2층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당시 연동주민센터에서 공유재산인 노인복지회관(경로회관) 2층을 어린이도서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인회를 연결해주면서 23년째 현재의 공간에서 선한 영향력을 무한히 확산시켜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지난 5월 16일 제주시 노인장애인과로부터 한 장의 공문을 접수했다. 내용은 ‘현재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측이 공유재산을 무단 사용하고 있으니, 8월 31일까지 현재 위치를 원상복구하고 비우라’는 것이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연동 노인복지회관에 처음 자리를 잡은 2000년은 특별자치도 출범 전으로 제주시가 행정시가 아닌 기초자치단체 시절이었다. 그 당시부터 연동주민센터가 공유재산인 연동경로회관 2층을 어린이도서관으로 사용하도록 마을노인회와 협의해준 덕분에 23년  간 도서관운동에 크고 작은 기념비적 일을 해올 수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20년 넘게 공유재산을 ‘무단 점용’한 위법한 어린이도서관으로 전락한 셈이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제주 연동에서 태동한 이후 ▲국무총리상 수상(2003)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우수사례’ 선정(2005) ▲작은도서관 진흥우수사례 선정 문화관광부 장관상 수상(2008) ▲삼성그룹-한겨레신문-책읽는사회문화재단 지원 단체 선정(2008)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제심포지움 개막식 공연 담당(2010) ▲제주어르신그림책학교 개관(2016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유엔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주최 제주지역 기념행사 공동주관(2019) ▲제주농아복지관 농아어르신그림책 자서전 집필 공식 협력(2020)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자원봉사대회 ‘최우수터전 부문’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2021) 등 민간도서관이지만 그동안 공적 역할에 충실해 온 궤적을 보여주는 공식 기록은 차고 넘친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활동 모습.  ⓒ제주의소리 

설문대어린이도서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활동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원상복구 요청 공문에 적시한 ‘무단 사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도서관 측의 설명이다. 무려 23년 동안 매월 사용료를 빠뜨리지 않고 노인회 측에 계좌이체 해왔는데 공유재산을 무단 사용해왔다면 그동안 행정에선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것일까? 

2000년 최초 사용 동의를 받고 어린이도서관으로 문을 열었을 때도 제주시 공유재산이었고, 현재도 제주도(제주시) 공유재산이다. 사용 동의를 받고 23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공간을 갑자기 무단 사용이라며 원상복구 명령을 통해 사실상 퇴거 결정을 내린 제주시의 태도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제주시 노인장애인과의 입장은 공유재산인 경로회관에 대한 해당 경로당 측이 사용허가를 받을 때 도서관 사용 내용은 없기에 무단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에야 문제를 발견하고 1년간 일종의 ‘유예기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연동경로회관은 대한노인회 제주시지회 소속 ‘연동경로당’이 3년에 한 번씩 제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연동경로당이 제주시로부터 사용허가를 받고 위탁 관리하는 셈이다.  

제주시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지난해 7월에 무단 사용 사실을 확인하고 도서관 담당부서인 문화예술과와 논의했다. 그래서 노인장애인과는 무단 사용 건을 연동경로당에 전하고, 문화예술과는 도서관 측에 1년 유예를 포함한 내용을 전달하기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측은 “최근 노인장애인과로부터 원상복구 공문을 받기전까지 문화예술과든 노인장애인과든 그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 20여 년간 그사이에도 노인회 임원분들이 계속 바뀌어왔지만, 그때마다 경로당 측 어르신들께서도 사용을 동의해주셨다. 그래서 매월 꼬박꼬박 사용료를 계좌이체 해온 것이다. 어떻게 20년 넘게 공유재산을 무단사용해올 수 있겠는가”라고 항변했다.  

지역구 도의원인 양영식(연동 갑)은 “20년 넘게 운영해온 도서관에 대해 행정이 이제야 무단 사용이라고 들이미는 것은 그동안 제주시가 관리를 소홀해왔다는 반증으로 읽힌다”면서 “오랫동안 도서관을 이용해온 아이들과 학부모, 나아가 지역공동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합의점을 만들기 위해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제주 최초의 사립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연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그동안 마을 내 경로회관에 자리하면서 마을주민 자녀들이자 손자 손녀뻘 되는 아이들이 마을 어르신들 품 안에서 안전하게 마음껏 뒹굴고 책을 보며 꿈을 키우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여년 전 수십명에 불과한 마을어린이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공간은 현재 8773명의 회원이 도서관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개의 어린이 청소년 동아리뿐만 아니라 5개의 성인동아리가 활발히 활동하며 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에서 마련한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행사 모습.&nbsp;<br"> 

설문대어린이도서관에서 마련한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행사 모습.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59조 ▲도서관법 ▲작은도서관 진흥법에 따라 지역주민들이 생활환경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 도서관을 통해 차별과 장애 없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돼 2015년 10월6일부터 시행되어 왔다. 

제주도지사는 작은도서관의 설치와 운영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관리하고 지원할 책임을 갖는 것으로, 조례 제4조(공간 및 위치), 제6조(도지사의 책무 및 지원) 등에 잘 나와 있다. 특히 제6조 ⑤항에 “도지사는 도서관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등록된 사립 작은도서관의 조성 및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공유재산 관리 조례에도 불구하고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거나 대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측은 “25년의 사반세기 역사를 이어온 제주 최초의 사립도서관이자, 전국 기적의도서관 출범 모델이 되었던 상징적 작은도서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으로 이곳에서 23년 활동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며 “지금처럼 대부 형식으로 사용해도 좋으니, 지금도 여전히 활동가들의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에서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이 적극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초 설립 후 25년간 지역주민과 수많은 활동가의 참여로 운영해 온,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의 살아있는 역사다. 꿈을 꾸는 것은 아이들의 일상이자 특권이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의 ‘작은 꿈’이 무너지지 않도록 행정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주요 연혁.

▲2003년 국무총리상 수상

▲2008년 문화관광부 장관상 수상

▲2021년 여성가족부 장관상 수상

- 1998년 제주시 연동 설립 (제주 최초 사립 작은도서관)

- 2000년 현재 위치인 ‘연동노인복지회관 2층’ 이전

- 2003년 비영리민간단체 추가 등록 (설문대독서교육연구회)

- 2003년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회원 등록

- 2003년 제9회 독서문화상 국무총리상 수상 (허순영 관장)

-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우수사례' 선정

- 2005년 경향신문-책읽는사회문화재단 콘텐츠 지원

- 2007년 국립중앙도서관 총서 <작은도서관 운영 사례집> 사례 발간

- 2008년 작은도서관 진흥우수사례 선정 문화관광부 <장관상> 수상

- 2008년 삼성그룹-한겨레신문-책읽는사회문화재단 리모델링 지원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 故 정기용 선생 참여)

- 2010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제 심포지움 개막식 공연 담당

- 2013년 넥슨 지주회사 (주)NXC 제주메세나 결연

- 2016년 제주어르신그림책학교 개관 (현재까지 운영)

- 2017-2019년 제주국제관악제 장소 협찬 및 공동 홍보

- 2019년 유엔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주최 제주지역 기념행사 공동주관

- 2020년 제주농아복지관 농아어르신그림책 자서전 집필 공식 협력

- 2021년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자원봉사대회 '최우수터전' 부문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

- 2021-2022 제주특별자치도 ODA 사업 ‘제주 평화어린이도서관 조성사업’ 공식 자문 협조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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