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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법 10년, 여전히 장애인의 일상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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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6-26 10:57 조회3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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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이 제정된 지도 이제 어언 10년이다.  2003년 사실상 전국의 모든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로 결집하여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법 제정을 요구하였다. 그 결실이 2007년 3월 6일 국회 본회의 출석 의원 197명 중 196명의 찬성으로 역사적인 장차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우리는 얼마나 다른 세상을 맞이한 것일까?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주최로 장차법 제정 10년을 맞이해 오늘의 장애인 차별 현실을 짚어보고 장차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제 자신이 겪은 장애인 차별 사례를 전한 박길연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과 김혜진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의 이야기가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들이 말하는 변하지 않는 장애인 차별 현실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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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겪은 장애인차별 사례를 전하고 있는 박길연 소장(왼쪽)과 김혜진 활동가(오른쪽)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박길연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회의가 있어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서울역에 도착해서 보니 엘리베이터에 접근이 차단되어 있었다. 공항철도를 타고 오는 동안 단 한 마디의 방송도 없었던지라 갑자기 무슨 사고가 생겨 수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안내 방송이 없었다. 그래서 역무실에 문의를 해보니 그때서야 공사중이라는 답을 받았다.


박 소장은 이렇게 혼잡한 시간대에 공사계획을 세우고 장애인의 이동을 가로막은 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역 직원이 전화로 하는 말이 “전동휠체어를 탔습니까? 수동휠체어를 탔습니까? 전동휠체어를 탔으면 저희가 수동으로 바꿔 태워서 들어 옮기겠습니다”라는 것이었다. 박 소장은 자신의 장애상태로 인해 수동휠체어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전달했지만 부역장은 막무가내였다. “여기 관리책임자인 내 지시를 따르라. 그러지 않을 거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부역장은 역무실로 돌아가면서 “나는 여기 부역장이니 민원 넣고 싶으면 넣어라”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사라졌다.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느낀 박 소장은 바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들에게 연락을 했고, 이들이 찾아와 명백한 장차법 위반이라며 함께 문제제기를 하자 서울역 측은 그때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문서로 사과를 하라는 요구에 부역장은 “문서로 된 사과는 할 수 없다. 차라리 내 목숨을 가져가라”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그러나 긴 시간 실랑이 끝에 그는 문서로 된 사과를 받아냈다.


“결국엔 저희가 그들의 목숨과 바꾼 사과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역장이 나타나 나중에 엘리베이터를 다시 켜서 가동시켜서 우리가 올라올 수 있었다는 거죠. 앞으로 장차법 개정을 한다면 이런 공공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인식교육이 꼭 강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혜진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오랫동안 장애인시설에서 살다가 나왔다. 얼마 전엔 마포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집주인은 그가 월세를 못 낼 것 같았는지, 계약서에 보증해 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함께 적어놓을 것을 요구했다. 자신이 직접 돈을 모아 보증금을 마련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집 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집주인의 요구를 거절하면 집계약을 못하게 될까봐 계약서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함께 적었다. 그러나 찜찜한 마음은 떨쳐낼 수 없었다. 자신은 월세를 낼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집계약도 혼자 못할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이 억울했고 장애인차별로 느껴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근 보험에 가입하려고 지인을 통해 이것저것 알아봤지만, 어떤 보험도 들 수 없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되기 때문이다. 본인에겐 별다른 질환이 없음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검사를 요구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반문했다.


“비장애인도 보험 가입할 때 피검사, 소변검사 따로 받나요? 왜 장애인에게만 이런 것을 요구하는지 알 수 없어요. 장차법이 개정된다면 이렇게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차별하는 내용에 대한 개정도 꼭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두 사람의 사례 외에도 청중들의 다양한 장차법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개정 방향과 관련해 김재왕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자문 변호사는 “장차법 위반으로 법정 다툼을 하는 사례 중 다수의 경우, 법상의 의무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자신에게 명확한 의무가 없다고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향후 장차법 개정은 의무 규정을 명확히 하고 법 규정만으로 포괄되지 못하는 부분들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포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단체들은 조만간 국회 청원 등을 통해 장차법 개정 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비마이너(2017.6.22 / 하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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