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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시청각장애 전담기관 세워야 [이슈&탐사](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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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6-15 10:01 조회4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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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시청각장애 전담기관 세워야 [이슈&탐사]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 <8회> 한국에도 헬렌 켈러 센터를

입력 : 2020-06-1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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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농아복지관의 양은주(오른쪽) 사회복지사가 지난해 10월 데프블라인드 문모(80)씨의 집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관은 지난해부터 제주도 내 시청각장애인 실태조사를 진행해 57명의 당사자를 발굴했다. 제주도 농아복지관 제공 

지난해 초 제주도 모든 사회복지시설과 요양원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제주도 농아복지관.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시설에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쓴 건 정우정 기획홍보팀장 등 농아복지관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답장이 올 때마다 해당 기관을 방문해 시청각장애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길거리에 현수막을 붙이고 주민센터를 돌아다니며 장애 복지 담당자를 만났다. ‘우리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사회복지사와 수어통역사, 점역사 3명으로 꾸려진 조사팀은 제주도 곳곳을 누비며 ‘데프블라인드(Deaf-Blind)’를 찾아냈다. 

기록에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갔더니 ‘옆집 할머니도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안 보인다’는 말에 뜻밖의 ‘발굴’을 한 적도 있다. 농아복지관이 이렇게 확인한 제주도의 데프블라인드는 57명이다. 대부분 장애 관련 지원을 받지 못했고 집 안에 방치돼 있었다. 

  

실태조사는 시청각장애인 대책 수립의 가장 첫 단계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들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없다. 올해 처음으로 조사가 있을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 3억원을 배정해 전국 차원의 실태조사를 추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우정 팀장은 “데프블라인드는 워낙 특수한 장애라 기존 장애인 실태조사처럼 짧은 기간 교육받은 조사원을 투입한다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각 지역에 깊숙이 들어가 당사자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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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찾은 제주도 농아복지관 1층에 시청각장애인 관련 캠패인 팻말들이 비치돼있다. 제주=방극렬 기자

지난달 13일 취재팀이 찾은 제주도 농아복지관 1층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꾸며진 모습이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이들도 소통할 수 있도록 보조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실이 있었다. 제주도 시청각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의사소통과 감각 발달 교육 등을 받는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시청각 중복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데프블라인드에 대한 의사소통, 교육, 일상생활 지원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3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권리 보장과 지원을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문제는 이런 곳이 전국에서 제주도 딱 한 곳이라는 점이다. 시청각장애인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지 아는 곳은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의사소통 교육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17년 시청각장애인 24명을 심층 면접한 한국장애인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데프블라인드 약 40%가 다른 비장애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도, 전달받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천적 장애가 있거나 어린 시절 장애가 생긴 아동은 시력이나 청력이 조금씩 남아 있어도 필요한 소통 방법을 배우기 힘든 실정이다. 

시청각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방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사회의 독립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팀이 만난 시청각장애인 김남일(32)씨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할 때가 있다. 스스로 돈을 벌어 쓰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데프블라인드 전문가로 일하는 최숙희 교사는 “미국의 데프블라인드들은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돈이나 돌봄 인력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의사소통과 보행, 취업 훈련을 통해 자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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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샌즈포인트에 위치한 ‘국립 헬렌켈러 센터’(HKNC) 전경. HKNC 페이스북 

이들에게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 전담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은 1967년 ‘헬렌켈러법’을 제정해 ‘국립 헬렌켈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 전역에 10개 지부를 두고 있는 헬렌켈러센터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의사소통과 이동, 자립, 직업재활에 관한 지원을 하고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일본은 장애인종합지원법 등에 따라 ‘맹농인’(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 인력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전문 돌봄 인력을 직접 길러내고 파견한다. 전국맹농인협회의 복지사업 운영 예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한국은 지난해 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시청각장애인 전담 기관 설치 필요성이 담겼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한 실태와 복지 수요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후속 조치를 미루고 있다. 문성은 제주도 농아복지관장은 “일반적인 장애인 복지시설의 개념에서 벗어난 시청각장애인 전담 기관이 설치돼야 한다”며 “만약 자신이 시각과 청각이 없는 채 태어났다고 상상한다면 누구나 그 필요성에 동감할 것”이라고 했다. 

이슈&탐사 2팀 권기석·김유나·권중혁·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2666&code=11131100&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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